메타버스

 

사람과 사람을 다시 연결하다 – 관계의 회복과 사회 참여

1. 관계의 끈이 느슨해진 시대에

언제부터였을까요. 바쁘게 달려온 우리의 삶 속에서 하나둘 멀어져 간 얼굴들. 매일같이 마주하던 동료, 따뜻한 말 한마디 주고받던 이웃, 그리고 삶의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들까지. 점점 더 개인화되는 사회 속에서 관계의 끈은 느슨해지고, 어느 순간 우리는 ‘혼자’라는 단어에 익숙해지고 맙니다.

특히 은퇴 이후의 삶은 그 변화가 더욱 뚜렷하게 다가옵니다. 출근하지 않는 아침, 텅 빈 시간표, 그리고 더는 필요하지 않은 존재가 된 듯한 씁쓸한 기분. 35년을 교직에 몸담았던 제게도 그 허전함은 낯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저는 새로운 가능성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디지털 공간’, 그 중에서도 메타버스라는 세계를 통해서입니다.

2. 메타버스, 혼자를 함께로 바꾸는 공간

처음엔 낯설었습니다. 아바타로 움직이는 나, 가상의 공간에서 이뤄지는 만남, 디지털로 소통하는 사람들. 하지만 조금씩 적응하면서 이곳이 단지 ‘게임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다시 연결하는 따뜻한 마을이 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죠.

메타버스에서는 나이도, 거주지도, 직업도 중요하지 않아요.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할 수 있고, 공감과 지지를 나눌 수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서로 마주할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를 사람들과 ‘진짜 친구’가 되는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3. 경험이 콘텐츠가 되는 새로운 무대

35년간 쌓아온 교직의 경험, 그리고 은퇴 후 이어가는 독서와 선교, 하브루타 토론법, 음악 연주와 작은 음악회. 예전에는 이 모든 것이 ‘내 삶의 일부’였을 뿐이지만, 메타버스에서는 이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배움의 콘텐츠가 됩니다.

  • 후배 교사들에게 조언을 나누는 멘토방
  • 시골살이에 관심 있는 이들과 나누는 마을 포럼
  • 함께 찬양하며 위로받는 믿음 음악회
  • 독서로 연결된 하브루타 모임

이제는 ‘내가 무엇을 가졌느냐’보다 ‘내가 누구와 나누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인 것 같아요.

4. 혼자가 아닌, 함께 사는 메타공동체

제가 꿈꾸는 또 하나의 모습은 바로 가상의 이웃 마을이에요. 요즘처럼 현실에서 서로 방문하기 어려운 시대에, 온라인으로 정기 모임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모릅니다.

  • 매주 정해진 시간에 만나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책읽기 동아리
  • 기도 제목을 나누고 서로를 위해 중보하는 신앙 나눔방
  • 글을 써보고 싶은 분들과 함께하는 에세이 교실

처음에는 어색하던 모임도, 어느 순간 나의 하루를 기다리게 하는 따뜻한 쉼터가 됩니다. 이곳에서 ‘정서적 고립’이라는 단어는 조금씩 멀어지고, 사람 냄새 나는 관계가 다시 피어나기 시작하죠.

5. 디지털 돌봄, 따뜻한 손길이 닿는 곳까지

제가 현재 공부하고 있는 사회복지학과와 작업치료학과의 배움도 이 공간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에서 홀몸 어르신들을 위한 건강 체조 교실, 청소년 대상의 진로 멘토링, 디지털 상담소 운영이 가능하다는 사실, 놀랍지 않으신가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새로운 방식의 돌봄, 그것이 바로 디지털 돌봄입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기술 같지만, 결국 이 모든 것도 사람을 향한 따뜻한 손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6. 모두가 서로의 배움이 되고 위로가 되는 세상

삶의 어느 시점이 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가진 이 경험, 그냥 흘려보내기엔 아깝지 않을까?” 메타버스에서는 그 모든 경험이 다른 사람에게 ‘의미 있는 자산’이 됩니다.

제가 연주하는 색소폰 소리가 누군가에겐 하루의 위로가 되고, 제가 남긴 블로그 글이 누군가의 삶에 작은 변화를 줄 수도 있는 그런 세상. 결국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사람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낍니다.

7. 한 줄 정리

기술은 차가울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만남은 그 누구보다 따뜻할 수 있습니다.

8. 마무리하며 – 새로운 삶의 무대로서의 메타버스

메타버스는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또 하나의 현실이며, 새로운 만남과 배움, 나눔이 이어지는 무대입니다.

은퇴 이후에야 비로소 발견한 이 새로운 세계에서 저는 다시 ‘현역’이 되었습니다. 비록 직장은 떠났지만, 사명은 여전히 제 안에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명을 감당할 무대는 이제 더 넓고, 더 자유로워졌습니다.

사랑하는 블로그 이웃 여러분, 혹시 관계의 단절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계시진 않나요? 아니면, 여러분의 소중한 경험을 어디에 쓸 수 있을지 고민하고 계시진 않나요?

그렇다면 메타버스 안의 ‘새로운 마을’을 만들어보세요. 여러분이 지금껏 걸어온 그 길 위에, 누군가는 길을 찾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눔이 시작되는 그 순간, 다시 살아나는 관계들이 여러분을 맞이할 거예요.